추운 날씨에는 얼큰한 동태탕
통태탕은 찬바람 부는 겨울이면 항상 생각난다. 추운 날씨에는 고기국물보다 해산물에서 우러나온 시원한 국물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아마도 어머님이 어렸을 적 겨울이면 생선이나 해산물 베이스의 시원한 국물요리를 자주 해주셨던 기억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어릴 때는 겨울이면 우리 집에서 흔하게 먹었던 동태탕은 비린맛도 강하지 않고, 먹을 고기도 많았으며, 안에 들은 알, 그리고 푹 익어 부드럽게 씹히는 무, 칼칼 시원한 국물까지 단순한 배부름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따뜻함까지 가져다주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부모님께 독립하고, 홀로 살면서 생선은 생각보다 손질하기 어렵고 까다로운 식재료라서 굽고 튀기고 삶으면 완성되는 육고기에 치중해서 먹어왔다. 이 겨울에 꽝꽝 얼어있는 동태를 물에 녹여서 내장을 발라내고, 지느러미를 자르고 손질해서 나를 먹이셨다니.. 흔하게 밥상에 올라왔던 음식이라 생각만 하고, 얼마나 손질하기 번거로운지 깨닫는데 오래 걸렸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요리임에도 한 번도 직접 해볼 엄두조차 못 내는 요리라서 참다 참다 맛있는 집을 찾아 종종 사 먹는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겠다.
기본정보
서울 동작구 사당로 229-1
매일 10:30 ~ 22:00
02-536-1233
제로페이
메뉴 & 가격
가게 안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고 테이블이 겨우 나와서 착석할 수 있었다. 배영만 님의 아구찜과 싱크로율 높은 프랜차이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 맛집 버금가는 만족도 높은 퀄리티로 그동안 좋은 인식이 있었다. 예전에 살던 동네에서는 식사용 1인 통태탕을 시켜도 전골냄비에 버너와 함께 나오는 것을 보고 엄청 놀랐었던 나는 그 이후 몇몇 동네에서 맛을 봐도 한결같이 만족했던 터라 별 고민 없이 들어갔다. 여기도 네이버평점이 높고, 맘카페 리뷰를 훑어도 프랜차이즈라는 한계가 무색하게 동태탕이나 찜 종류에 대한 호평이 많은 집이었다.
우리는 "동태해물전골 小(2인)"을 주문했다. 전골메뉴에 공깃밥은 별도라서, 공깃밥 1개를 추가하고, 다 먹은 후 볶음밥도 가능하다고 하셔서, 먹어보고 볶음밥을 주문하려고 계획을 세웠다. 우리 일행은 반그릇 전문가(소식가) 1인, 1.5인분 전문가(뚱보) 1인으로 방문하실 때 주문량을 비교 참고 하셨으면 좋겠다. 이 전에는 대부분 찜 메뉴를 먹었고, 대체적으로 찜 메뉴가 맛있다는 평이 있어서 우리도 엄청 고민을 했지만, 겉으로는 평온하고 주저하지 않는 모습으로 탕으로 시켰다. 나이를 조금씩 먹을수록 맑은 국물의 지리에 대한 끌림이 생기지만 참고 매운탕으로 시켰다. (지리는 주문 시 얘기해주면 그렇게 해주신다고 메뉴 우측하단에 작은 글씨로 쓰여 있다)
상차림
먼저 찍어먹을 와사비소스와 4종의 반찬이 나왔고 부르스타도 나왔다. 밑반찬에서는 이곳이 프랜차이즈임을 확연히 보여주는 구성으로 청포묵을 고추냉이 소스에 찍어먹으며 기다림을 견뎠다. 하지만 확실히 반찬에서는 크게 임팩트 있는 찬은 없었다. 곧이어 탕이 세팅되고, 양이 많았다. 문어(또는 낙지)가 한 마리 올라가 있어서 국물이 끓어오르면 먼저 샤부샤부 스타일로 살짝 익혀 먹으면 야들하니 맛있다. 밥을 1개만 주문한 것은 신의 한 수였고, 다이어트 중이라 국물을 못 먹는 상태라면 몰라도, 나처럼 탕의 국물을 진정성을 담아 즐기는 사람이라면 배가 너무 불러서 볶음밥은 포기해야 한다.
총평
아무래도 술안주 의미로 판매하는 메뉴이다 보니 전골 메뉴에 밥이 포함 안 되는 것은 이해가 갔다. 우리는 식사의미로 주문한 거라서 술 없이 구명이 계속 건저 가면서 먹는데, 동태도 실하게 많이 들어 있었고, 알과 고니, 민물새우에 큼직한 두부까지 이것만 먹어도 배부르겠다 싶을 만큼 내용물이 질리지 않게 여러 가지로 많이 들어있어서 좋았다. 국물은 방금 위에 말한 것들만 대충 봐도 말이 필요 없이 너무 시원했다. 간도 잘 맞아서 국물을 정말 거의 남김없이 다 마셔버렸다. 한번 끓은 후에는 버너를 최대한 약하게 틀어놔서 끝까지 뜨끈한 국물을 맛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고, 집에서 이렇게 먹으려면 훨씬 힘들었을 텐데 이렇게 편하게 해물탕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사리는 라면사리만 있는데, 수제비 사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추운 겨울이 다 지나기 전에 여러 번 재방문 가능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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