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다시 찾았다.
과메기는 나의 유년시절에 전혀 접점이 없었던 음식이다. 거의 30년을 모르고 살다가 첫 직장에서 과메기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봤던 게 처음이다. 회식비가 넉넉했던 회사라 마음 가는 대로 주문해도 됐었다. 호기심에 처음 들어본 과메기라는 안주를 주문했는데 비리고 턱이 아플 정도로 딱딱했다. 아무리 미역이나 다른 채소에 싸 먹어도 괜찮아지지 않았다. 꽁치 말린 거라고 해서 혹시나 하고 불어 구워도 봤는데 정말 이런 음식을 왜 먹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첫인상이 좋지 않았던 과메기는 수년이 흐른 후 내가 즐겨보던 TV에 다시 등장했고, 그 사이 포항에서 진짜 과메기를 먹어본 지인들이 잘못 먹어봐서 그렇다는 얘기를 해줬다. 나는 다시 한번 믿고 도전해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식당같이 식재료 관리가 제멋대로인 곳이 아닌 내가 직접 산지직송으로 받아서 먹어보자 생각하고 인터넷을 뒤적여 주문해서 먹어봤다. 역시 생각한 대로 부드럽고 고소했다. 내가 수년 전에 안주로 먹었던 과메기는 아마 주방에 3~4일 방치했다가 준 과메기였나 보다.
산지에서 직접 배송 온 과메기에는 오메가 3이 가득히 들어있는 꽁치기름이 줄줄 나왔다. 물론 아무리 그렇게 부드럽다 해도 난생처음 맛본 마니아층의 음식이 단박에 맛있었을 리는 없다. 그저 '음~원래 이런 맛이군' 정도의 느낌으로 그렇게 꾸역꾸역 먹고, 과한 느끼함에 이제 2~3년은 안 먹어도 되겠다 생각했었다.
주문
이제 그 2~3년이라는 세월이 지났고, 이제 한번 먹어줄 때가 됐다는 느낌이 왔다. 그 사이 물가는 좀 오른 것 같지만 그래도 옛날 구성은 그대로였다. 추운 날씨에 얼었다 말랐다 해서 12월 말 ~ 1월 초 정도부터 맛이 잘 든다는 얘기를 듣고 12월 말까지 기다렸다. 이번에 검색을 해보니 우리나라에 그동안 잘 안 잡혀서 만들지 못했던 청어 과메기를 팔고 있었다. 찾아보니 올해 청어가 다시 잡혀 원래 과메기의 원조인 '청어 과메기'를 판매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꽁치 경험이 있던 나는 이번에는 청어 과메기를 먹어보려고 주문했다.
한파주의보를 뚫고 도착한 택배
주말에 맞춰 배송을 믿을만한 업체를 통해 주문을 넣었다. 금요일에 집에 와보니 박스에 청어과메기가 도착해 있었다. 며칠 동안 한파주의보로 한국이 꽁꽁 얼고 있다는 뉴스소식이 연일 들려왔었는데, 씻고 경건한 마음으로 박스를 열어보니 역시나 채소들까지 살얼음이 껴서 얼어있었다. 다행히 해초류는 얼어도 오히려 좋았는데 마늘과 쪽파는 냉동실에 넣었다 뺀 것처럼 냉해를 입어있었다. 하지만 뭐 '입에 들어가면 다 똑같으니까' 포장을 열고, 한 상 차렸다.
통통한 청어과메기
이전에 주문했을 때 20쪽은 너무 많았다. 꽁치 말린 거 20쪽이 뭐 별거겠냐 하고 시켰는데 막상 먹으니 한 번에 그 정도 양을 먹는 건 물리기도 하지만 배가 불렀다. 그래서 이번에는 과메기 혼술 야채세트 8쪽(4마리)을 팔고 있어 딱 나에게 맞는 구성이라 주문했다. 도착한 택배를 보니 '청어 과메기'와 야채세트 (초장+김+쪽파+미역+청양고추+꼬시래기+마늘+캔디) 이런 구성으로 되어 있었다. 초장에는 집에 구비해 뒀던 생고추냉이를 넣어줬다. 청어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야채세트는 필수다. 저런 구성을 혼자 먹기 위해 만들면 각각 구매도 어렵지만, 사놓고 반은 버려야 될 것 같았다. 어쨌든 현대문명의 발전으로 집에서 편하게 들길 수 있는 시대가 와서 참 좋은 것 같다.
총평
예상과 같이 꽁치과메기에 비해서 살밥이 두껍고, 담백한 맛이었다. 원래 제철에 먹으면 꽁치과메기도 그렇게 비리지는 않은데 청어는 그에 비해 더 비린맛이 덜했다. 보내준 세트 중 꼬시래기는 같이 먹으니 식감이 정말 좋았다. 맥주나 소주 안주로 먹기에도 적당히 꾸덕한 식감이 좋았다. 오랜만에 오메가 3이 충족되는 느낌이라 나의 핏줄들도 묵은 때를 씻어내며 즐거워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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